1.2 지상파 위기가 회자된지 어언 20년 – 몇 가지 주요 실적
TV 채널간 경쟁
지상파 방송사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이미 상식적인 얘기가 됐다. 시청률, 광고 매출 등 주요 실적 뿐만 아니라 뉴스, 드라마, 예능,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 거의 전체 콘텐츠 분야에서의 영향력도 눈에 띄게 약화되었다. 이유들은 흘러넘친다. 청소년들이 이제는 게임에 빠졌다, 이제는 지상파 프로그램들도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서 본다(즉, 지상파 프로그램들도 다른 서비스를 경유해서 본다), 유튜브, MCN 채널 등 대안 매체들이 많아졌다, Netflix 등장으로 국내 콘텐츠 시장이 요동친다 등등(광고 매출과 시청율이 하락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들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방송사(특히 지상파 3사)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첫째, TV 채널들간의 경쟁으로 파이를 뺏기는 것, 둘째, 콘텐츠를 소비하는 TV외의 미디어에 파이를 뺏기는 것, 셋째, 소비자들의 활동이 다양해짐에 따라 TV 및 타 미디어를 제외한 다른 서비스나 활동(예를 들어, 캠핑, 놀이공원, 쇼핑, SNS 등)에 파이를 뺏기는 것. 첫째 경우는 TV 채널간 시청율 및 시청점유율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래의 <채널별 시청율/시청점유율 현황>을 보자.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지상파 방송사들의 시청율 및 시청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반면, 케이블 채널(종편채널 및 tvN 포함)의 시청율 및 시청점유율은 꾸준한 상승세다. TV 채널간 파이가 지상파에서 케이블쪽으로 흘러간 셈이다.

2019년부터 종편(종합편성채널) 및 tvN 별도 기재
매체별 광고 추세
둘째의 변화(지상파의 파이를 다른 매체에게 뺏기는 것)는 매체별 광고 추세를 보면 알 수 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지상파 TV의 광고 매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방송 매체중 케이블/종편의 광고 매출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한편, 디지털 매체(PC, 모바일)의 광고 매출은 해당 기간 동안 3배가 넘게 상승했다. 전체적인 광고 시장의 확장 속에서 지상파 TV 및 인쇄매체의 광고 매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고, 이는 우리가 아는 바 그대로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지상파 TV의 광고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영향을 지상파 TV도 일부 받은 것과 올림픽(도쿄 올림픽이 연기되어 2021년 개최되었음)등 단기적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지상파 TV의 광고 매출의 회복세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제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가 활동이 다양해졌다
셋째의 변화(TV 및 타 미디어를 제외한 다른 서비스나 활동에 파이를 뺏기는 것)는 수치로 보여주기 쉽지 않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나의 아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애니메이션 채널을 자주 시청했다. 그러다가 중학생 이후에는 TV를 본 적이 없다. PC방에 가거나 집에 있는 컴퓨터로 게임을 한다. 고등학생 이후에는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이 여가 활동의 거의 전부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남자 아이들의 경우 게임과 관련된 문제로 아이들과 다투는게 고민이라는 얘기는 쉽게 들을 수 있다. 요즘 20~30대 젊은 골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이들은 골프를 즐기면서 SNS 활동도 활발히 한다. 골프 용품이나 골프 패션에도 관심이 높다. 실제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것뿐만 아니라 레슨을 받고, 연습장을 가며, SNS 활동을 하고, 용품이나 의류를 쇼핑하는 것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러한 모든 활동들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들은 TV 등을 통한 콘텐츠 소비의 가능성을 줄어들게 한다. 이는 현대 사람들의 다양한 관심과 활동을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콘텐츠만 잘 만들면 된다고?
이런 상황에서 ‘콘텐츠가 중요하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류의 주장이 목소리를 높인다. 다차원적으로 경쟁이 심화되니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드라마 한 편이 대박나면 방송사의 살림이 펴고, 영화 한편이 성공하면 죽어가던 제작사도 살리는 상황을 숱하게 보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드라마나 영화가 대박을 내기 위해서 잘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도 자명하다. 잘 만들기 위해서 예전보다 돈이 훨씬 더 들어가야 하는데,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잘 만든걸 아무 생각없이 ‘덜렁’ 공개하면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을 수도 있는데, 어쩌지? 잘 만든걸 돈(수익)으로 연결하려면 또 뭐가 필요할까? 외국 사람들도 내가 잘 만든걸 보게 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등등 잘만든다는 것 자체와는 차원이 다른 의문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잘 만든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은 상황이나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잘 만든 콘텐츠는 이런 의문들에 대한 나 자신의 대답과 어느 정도의 행운이 결합할 때 대박으로 연결된다.
지상파 방송사의 위상 추락에 대해 주목하는 것은 이 현상이 미디어와 콘텐츠 세상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인디케이터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에 추락하던 지상파 방송사의 상황이 일부 개선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SBS의 경우 2020~2021년 기간 대규모 영업 이익을 기록했고, 2022년에도 이러한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1년에는 광고 매출의 비중이 40% 가량이고, 콘텐츠 판매 매출이 60% 가량을 기록하면서 매출 구성도 변했다. 이것이 코로나로 인한 반사 이익이라는 단기적인 원인에 기인하는 것인지, 구조적인 개선이 이루어진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의문들도 지상파 방송사의 문제들을 생각하다 보면 대답을 구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지상파)방송사의 문제들을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