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에 대한 작은 생각

비즈니스에서 ‘차별화’는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와 같을 것이다. 경영서적이나 전략서들을 보면 차별화에 대한 정의나 개념, 차별화를 이루는 방법들에 대해서 수많은 이론들을 내놓고 있다. 핵심역량, 핵심자산, 가격 차별화, 포지셔닝 등등 차별화와 관련있는 수많은 개념들도 차고 넘친다. 이렇다 보니 오히려 어지럽게 다른 생각하지 말고 뚝심이나 배포를 가지는 것이 차별화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떤 책에서 나오는 문제를 보다가(‘생각실험’, 박종하 지음 ;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temId=188041262) 과거에 차별화에 대해서 생각했던 일화가 생각났다.

책에서 나오는 문제는 ‘500원과 콜라’ 문제이다. 한병에 100원인 콜라를 5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최대 몇병까지 마실 수 있느냐는 문제인데, 책의 그림에 500원짜리 동전은 1998년도에 발행된 주화이고, 빈 콜라병 2병을 반납하면 새로운 콜라를 1병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많은 사람은 9병이라는 답을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9병을 마시고 빈병 1개가 남는다. 여기서 어떤 사람이 가게로 가서 1병을 외상으로 가지고 오면, 이미 있던 1병과 외상으로 가져온 1병을 합쳐서 외상을 갚을 수 있으니 최대 10병까지 마실 수 있다는 답을 내놨다고 한다. 작아 보이지만 참신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이 1998년도에 발행된 500원 주화는 희소해서 수집가들 사이에 100만원 정도로 거래된다고 하니, 콜라를 몇병 마실 수 있느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더라고 한다. 단순해 보이는 문제에서도 생각의 방향과 차원에 따라 답의 내용도 엄청나게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1998년 발행 500원 주화 >

‘차별화’에 대한 기억(1) : 음원유통사업

이 문제를 보고 과거에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2000년대 초반에 나는 음원유통사업에 대한 기획서를 검토하게 되었다. 내가 기획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 그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팀에서 작성한 기획서를 검토해서 의견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업기획서에서 당연히 있을거라 생각했던 ‘차별화’와 관련된 내용이 거의 없어 보이는 것이다. 사업기획서의 내용은 새롭게 출시되는 음원들의 유통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확보된 음원을 같은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들과 동일한 유통망을 통해서 배포하며, 이를 위해서는 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주로 담겨 있었고, 이미 음원 유통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들의 현황을 조사한 자료들이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 사업기획서를 보면서 다른 회사보다 음원 유통권을 더 싸게 확보할 수 있나, 다른 회사들은 확보하기 어려운 음원들을 우리만 확보할 수 있나, 같은 음원에 대해서 다른 회사가 100원 어치를 팔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이상을 팔 수 있나, 확보한 음원들을 가지고 우리만의 음원 유통 채널을 확장시킬 수 있나 등등의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했는데, 기획자의 대답은 일단 음원을 확보한다는 것은 독점적인 유통사업권을 획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하는 재원이 많을수록 음원유통사업을 빠른 시일내에 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회사에서 동일한 재원을 투자해서 동일한 독점 유통사업을 추진하면? 결국 큰 돈을 투자하면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 아닌가? 큰 돈이 있다면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 사업에 대해서 ‘우리가 이 사업에 대해서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좀더 명확한 내용이 없다면 그 사업기획안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별화에 대한 기억(2) : UCC

차별화는 내가 남들과 다른 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 나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라고 본다면 ‘돈이 있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만 있고, ‘어떻게 내 영역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내용은 빈약한 사업기획을 자주 접하게 된다. 사업기획 뿐만 아니라 다른 경우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한창 UCC(User Created Content)가 얘기되던 시절의 얘기다.

예전에 몸담았던 회사에서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를 중심으로 웹사이트(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웹서비스를 기획하는 팀에서 UCC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기획서를 만들었고, 이를 검토하는 회의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용이 좀 이상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를 재료로 필요한 영상 자르기, 말풍선 붙이기 등의 간단한 기능을 탑재하겠다는 것이 거의 내용의 전부였다. 이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이 내용으로는 무리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오갔다. 그 시기 이미 사용자들은 일반 포털의 커뮤니티 서비스 등에서 드라마 스틸컷 등을 이용한 UCC를 많이 만들고 있었다. 기획자는 불법으로 유통되는 영상이나 사진 등을 이용해서 만드는 UCC는 우리 사이트에서 합법적인 정품 콘텐츠를 재료로 제공하면 당연히 우리 사이트의 사용자로 유입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재료 영상이 합법적인 것이 차별화의 포인트라는 얘기였다. 서비스를 오픈했으나, 기대했던 사용자 유입은 일어나지 않았고, 아르바이트들을 활용해서 자체적으로 UCC 콘텐츠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몇 년 후 서비스를 접게 되었다. 결국 사용자들이 우리의 차별화 포인트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비즈니스에서의 차별화는 나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영역을 고객들이 인정해주는 것에서 의미가 생긴다.

다른데는 불법이고, 우리는 합법이니 당연히 우리에게 차별점이 있다고 믿었던 기획자는 차별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된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앞서 얘기했던 콜라병 문제로 돌아가 보자. 여기서 차별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콜라 10병’이라는 답, ‘희소한 100만원 짜리 500원’이라는 답들만일까? ‘콜라 9병’이라는 답을 누구보다 빨리 내놓는 것, 콜라병 문제와 유사한 ‘사이다병’ 문제도 있다고 하는 것, 콜라병 문제 자체를 구성하고 제시하는 것 등등도 그것이 문제를 접하는 사람들(고객)에게 의미있게 받아들여진다면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희소한’ 답을 추구하는 것 보다는 문제와 답의 존재 가능성과 가치를 알아보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차별화로 이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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