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기하학(기하학+대수학)의 출현과 연결관계

수학자인 스티븐 스트로가츠가 쓴 ‘미적분의 힘’에는 해석기하학의 출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온다.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기하학이 발달해 왔다. 서로마 제국 멸망 이후 기하학의 발전은 거의 정체된 상태였다. 중세시대 아시아, 아랍, 인도 지역에서 발달한 대수학의 개념들이 유럽에 전해졌다. 그러다가 이 두 분야가 밀접하게 연결된다. 페르마와 데카르트가 좌표를 도입하여 기하학과 대수학이 연결된 ‘해석기하학’이 탄생한다. 단순히, 좌표계를 이용하여 기하학과 대수학을 연결하자고 처음부터 시도할 수는 없었다. 중요한 도약들이 필요하다. 먼저 x축과 y축은 실수선이라는 개념이다. 고대 그리스 시절에는 ‘수’와 ‘양’이 구별되는 개념이었다. ‘수’는 불연속적인 개념이고, ‘양’은 연속적인 개념이었는데, 이를 ‘실수선’이라는 것으로 통합해야 했다. 한편, 비슷한 것들만 비교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탈피해 숫자로 표현되는 추상적인 양으로 통합해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x와 y의 관계(방정식)이 직선, 곡선, 도형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발견으로 나아가야 했다.

이런 연결관계로 두 분야가 ‘융합적 연결’이 되자, 기하학과 대수학은 보완관계를 이루면서 생각지 못한 수준으로 발전한다. 기하학은 직관적이고 시각적이다. 대수학은 체계적이다. 양자가 연결되자 직관력이 필요한 어려운 질문은 단순한 계산 문제로 바뀌었고, 무의미해 보였던 방정식은 기하학의 형태가 구체화된 것으로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나아가 해석기하학은 현대 미적분학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비즈니스에서의 연결관계 사례 – AOL과 타임워너, 세기의 잘못된 만남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다양한 관계가 존재한다. 정보나 물자만 주고받는 관계가 있고, 함께 뜻을 맞춰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관계가 있고, 반대로 엮이지 말아야 할 관계도 있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서 2개의 회사가 긴밀한 관계를 맺기로 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혹은 인수/합병을 통해서 실질적인 결합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자주 들린 만큼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오래된 사례지만, AOL과 타임워너의 사상 최대의 합병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 사례에서 실패 요인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들이 양자간의 문화 차이와 양자의 사업에 대한 전망 실패이다.

타임워너는 당시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강자였고, AOL는 떠오르는 온라인 비즈니스의 기린아였다. AOL은 당시 자유롭고 공격적이며 실적 지상주의적 분위기가 있었으며, 주식시장에서의 엄청난 성공으로 오만한 분위기까지 있었다. 반면, 타임워너는 업계 최고라는 자부심에 단기간 동안 주목받고 있던 온라인 비즈니스는 낮춰 보는 시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한쪽의 경영진을 모두 정리하고 다른 쪽의 경영진으로 통합 기업의 경영진을 채운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합병을 했다고 해서, 그래서 경영진과 회계가 통합된다고 해서 두 회사가 동일한 ‘좌표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AOL의 온라인 광고 사업은 타임워너의 전통 광고 사업, 오프라인 콘텐츠 사업과는 달랐다. 양자간의 차이는 숫자로만 파악될 뿐이었다. 2000년대 초반, 버블이 꺼지면서 AOL의 온라인 광고 매출 예상과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것이 드러나고 주식시장에서의 실망감이 표출되자, 합병의 정당성은 사라지고 의문은 증폭되었다.

그당시 양사가 공동으로 OTT 사업을 추진했다면 어땠을까. OTT 사업은 타임워너의 콘텐츠를 AOL을 활용하여 온라인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목표도 공유되고, 계획도 각자 따로 세우지 않을 것이며, 실적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OTT 사업은 양사가 ‘실수선’이라는 개념을 공유하고, 사업 실적이 공유된 ‘좌표계’에 표현될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할 수 있도록 기초를 제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지만 양사의 합병이 실패로 끝날 때까지 인터넷은 소비자가 대규모 용량의 영상 콘텐츠를 편리하게 볼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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