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비즈니스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의미는 무엇일까요?(1)

1. 방송사와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 비교(feat. WAVVE)

1.1 질문 매트릭스

‘비즈니스 모델’이란 말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하다’, ‘신제품 개발보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중요할 수 있다’ 이런 말들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사람들은 의외로 적다. 비즈니스 모델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내가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 것이냐’이다. 이 말을 구체적으로 구성해 보려면 네 가지의 요소가 필요하다. 고객가치 제안, 이익 방정식, 핵심 경영자원, 핵심 프로세스가 그것이다(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는 프레임은 다양하게 존재하나, 프레임들마다 핵심적인 구성요소들에 대한 설명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여기서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제시하는 네 개의 상자 프레임을 준용한다).

각각의 요소들은 다시 몇 가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고객가치 제안은 타겟 고객, 해결해야 할 일(고객의 용건), 제공할 상품과 서비스를, 이익 방정식은 수익 모델, 원가 구조, 이익률, 자원 회전율을, 핵심 경영자원은 인재, 기술과 제품, 기기와 설비, 정보, 유통 경로, 파트너십 또는 제휴, 브랜드를, 핵심 프로세스는 프로세스, 규칙 및 평가 기준 등을 포함한다. 어려운 얘기지만 쉽게 표현하자면 (잠재적)고객의 용건을 파악하는 것부터 상품을 만들어 내고 돈을 받는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요소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질문 매트릭스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간략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구 분 Who What How
고객가치 제안어떤 용건을 가진 사람인가?솔루션으로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다른 솔루션과 차별화하려면?
이익 방정식누구에게서 대가를 받아야 할까?무엇으로 이익을 낼 것인가?어떤 시점에 대가를 받아야 하나?
자원 및
프로세스
누구와 협력해야 할까?나의 강점은 무엇인가?어떤 자원과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가?

1.2 지상파 방송사 비즈니스 모델

위의 도구에 맞춰 지상파 및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비교해 보자. 지상파 방송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래와 같은 모습일 것이다.

구 분 Who What How
고객가치 제안– 콘텐츠를 시청하고자 하는
전 시청자
– 지역(국가) 제한
드라마, 예능, 다큐 등 모든
장르의 콘텐츠
– 무료 매체이자 허가 매체인 지상파를
기반으로 제공
– 케이블 사업자나 IPTV 사업자를 통해
콘텐츠 전달
이익 방정식– 시청자가 아닌 광고주로부터
대가 받음
– 콘텐츠 구매를 원하는 다른
사업자로부터 대가 받음
전체적인 콘텐츠 조달 비용을
상회하는 광고 판매 및 프로그램
판매 수입으로 이익 실현
광고주와 콘텐츠 구매 사업자로부터
광고 및 콘텐츠 판매시 대가 받음
자원 및
프로세스
콘텐츠 제공업자, 콘텐츠를  
구매하는 다른 사업자들, 
직접   참여하고 있는 다른
미디어 사업자(WAVVE)와 협력
–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라이선스 사업자로서,
뉴스를 포함한 모든 장르 콘텐츠
취급 가능
– 제작 경험 많은 PD, 아나운서,
기자 등 콘텐츠 제작 투입 자원
– 콘텐츠 제작자로부터 구매하거나
자체 제작
– 편성을 통한 채널 운영

1.3 넷플릭스 비즈니스 모델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래와 같은 모습일 것이다.

구 분 Who What How
고객가치 제안– 콘텐츠를 시청하고자 하는
전 시청자
– 지역(국가) 제한 없음
드라마, 예능, 다큐 등 모든 장르의
콘텐츠
인터넷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
이익 방정식소비자로부터 월정액전체적인 콘텐츠 조달 비용을 상회하는
월정액 수입과 자금 운용 수익으로
이익 실현
소비자로부터 서비스 가입시
월정액 받음
자원 및
프로세스
콘텐츠 제공업자, 인터넷망  
제공 사업자와 협력
– 축적된 소비자 관련 데이터
– 전세계를 아우르는 Coverage
–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재무 능력
– 콘텐츠 제작자로부터 구매하거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투자
– 기술팀 및 데이터팀을 결합하여
서비스 운영

1.3 양자간의 차이를 보자

양자간의 차이점을 보자.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익 방정식에서 양자간의 차이이다. 방송사는 모아놓은 시청자의 시선들을 광고주에게 팔고, 다른 사업자들에게 콘텐츠를 판매한다. 넷플릭스는 소비자로부터 직접 월정액을 받는다. 사실 이 차이점과 연관되는 내용으로 양쪽의 모델간 다른 점들을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광고와 콘텐츠 판매 방식은 일회성이다. 콘텐츠의 인기도에 따라 광고나 콘텐츠 판매 금액이 오르내린다. 잘될 때는 단기적으로 큰 실적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안될 때도 마찬가지). 반면, 월정액 방식은 축적형이다. 회원수가 많아지면 매월 받는 월정액이 전월의 실적을 토대로 그만큼 많아진다(이탈율을 고려하지 않으면).

둘째, 방송사의 광고는 용량이 정해져 있다. 성장 제한적이다. 채널에 실을 수 있는 광고의 양에 한계가 있다. 반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넷플릭스는 회원수가 증가하는데 제한이 없다. 성장 지향적이다. 방송사는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의 양에 한계가 있지만, 넷플릭스는 한계가 없다.

이런 모델상의 차이점들이 양자간에 만들어 내는 결과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방송사는 수입에 한계가 있고, 운영하는 상점(채널)의 개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고정비를 여러 상품이나 상점에 분담시킴으로써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게 어렵다. 당장 광고 매출이 하락하거나 정체 상태에 이르면 방송사는 경영상의 어려움이 배가된다. 내가 상점을 한 개 운영하다가 두 개로 늘린 상황을 상정해보자. 매출이 두 배로 늘어나는 반면(상점이 두 개가 됐으니까), 상점 두 개를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두 배로 늘어나지 않는다. 공통적인 기능(예를 들어, 상품 조달이나 인사 관리, 사업계획 수립 등)을 통합하면 인력이 두 배로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고,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면 물건을 배송하는 차량도 두 배로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매출이 10%만 줄어도 고정비에 대한 부담이 큰 항공업이나 호텔업이 적자로 전환되는 이유다. 반면, 넷플릭스는 일단 월정액 수입이 고정비를 충당하고 나면, 추가적인 수입이 늘어날수록 변동비(콘텐츠 제작 및 조달 원가이자 콘텐츠에 대한 투자 금액)에 투입할 여력이 늘어난다(이익을 낼 수 있는 여력도 늘어난다). 고객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해서 시스템 운영에 들어가는 장비나 인력이 두배로 늘어나지는 않고, 서비스 기획 및 운영에 들어가는 자원도 두 배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고객이 늘어날수록 고정비에 대한 부담은 체감한다.

또다른 큰 차이점에 대해 보자. 그것은 모델 상에서 고객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나온다. 방송사는 ‘방송’을 통해서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체제이다. 지상파 방송사든, 케이블 방송사(Program Provider)든 이용자를 직접 상대하지 않는다. 지상파는 그 자체로 방송사와 이용자와의 접점이 없다. 케이블 방송사는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달하려면 다른 사업자(SO : System Operator)를 거쳐야 한다. 고객과의 접점은 방송사가 아니라 다른 사업자가 갖게 된다. 고객과의 접점이 없기 때문에 방송사는 고객과 관련된 데이터를 가질 방법이 없다. 고객과의 접점을 가지고 있는 다른 사업자가 운영하는 서비스에 자신의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 외에 뭔가를 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점을 느낀 방송사들은 자신들만의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자 처음에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사의 콘텐츠만이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것만으로는 일종의 부가 서비스일 뿐, 확장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자신들만의 OTT 서비스를 만들게 된다. 그 결과 지상파 4사(EBS 포함)이 모여 ‘pooq'(현재 WAVVE)이 출범하게 됐지만, 현재는 통신사인 SKT와 제휴하면서 운영을 SKT가 하게 되었다.

1.4 pooq(WAVVE)는 어떻게 된걸까

처음 출범할 당시 pooq은 비즈니스 모델상으로는 그럴 듯했다. 직접 고객으로부터 월정액을 받는 방식을 취했고, 영화(비록 제공하는 편수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도 VOD로 제공하는 등 지상파 4사 콘텐츠와 영화도 제공하는 서비스 확장을 이뤄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듯 할지 모르겠으나, OTT 비즈니스 모델의 장점을 구현해 내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먼저, 콘텐츠 단위의 VOD뿐 아니라 채널 단위의 실시간 서비스를 주력으로 제공했다(현재 WAVVE도 마찬가지). 이 결과로 저작권이 해결되지 않은 콘텐츠(영화, 스포츠 중계 같은 콘텐츠는 별도의 저작권 해결이 필요하다)가 방송되는 시간에는 채널에서의 서비스가 불가했다.

OTT 서비스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용량에 제한이 없으므로 가능한 한 다양하고 많은 콘텐츠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방송사 콘텐츠가 장르에 특화된 것이 아니므로 처음부터 pooq은 장르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하는 모델이 아니었다). 그런데 출범시 이미 지상파 방송사들로 참여자를 제한했다. 출범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과 지상파 재전송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던 CJ그룹 계열 채널 및 콘텐츠는 배제한 것이다. pooq과 TVING이 각각의 서비스로 갈라서게 된 이유중 하나다.

< WAVVE와 TVing >

OTT 서비스는 운영상으로도 방송 서비스와는 다른 모델이다. 운영에 필요한 자원들도 다르다. pooq은 출범 초기부터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운영했다. 충분한 재원을 가지고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했고,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콘텐츠나 시스템에 투자가 필요한 경우 빠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문제들로 몇년간 이용자 증가에 어려움을 겪다가 2019년 SKT의 ‘oksusu’ 서비스와 통합하여 ‘WAVVE’가 탄생하게 된다. WAVVE는 SKT 36.4%, 지상파 방송 3사 각각 21.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3사는 각자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외에 추가적인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 40%도 안되는 지분을 가진 SKT가 투자와 운영의 부담을 떠안은 모양새다. 이런 구조에서 과연 SKT가 쟁쟁한 경쟁자들과 비교해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 정도의 투자를 집행하고 운영상의 문제점들도 해결해 갈 수 있을까?

1.5 비유하자면…

전시장을 운영하는 3개 사업자가 있었다. 전시장을 운영하는 3개 사업자는 각자 경쟁하기도 했지만,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필요할 때 협력도 마다않는 사이였다. 3개 전시장은 서로 인접해 있었는데, 전시장들 옆 동네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넓은 공터가 있었다. 3개 사업자는 그 공터 일부에 몇 가지 놀이시설을 포함한 공원을 설립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전시장 사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경영상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내린 결정이었다. 3개 사업자들은 동일한 비율로 돈을 내기로 하고 공원 운영도 공동으로 하기로 했다. 전시장을 운영하는 다른 업체도 있었는데, 3개 사업자들과 전시장 내의 작품들과 관련된 다툼이 있었던지라, 이 업체의 참여 제안은 단칼에 거절하였다. 공원은 회원을 모집하여 월단위 회원비를 받기로 하고 운영에 돌입했다. 막상 얼마동안 운영을 해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 전시장에서는 작품들을 적절한 위치에 잘 보이도록 배치하면 됐는데, 공원에서의 놀이시설은 작품을 배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돈도 부족했다. 인기 있는 놀이시설을 들여오고, 기존의 놀이시설들을 유지 보수하고,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드는데는 생각보다 엄청난 돈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공원 옆에 테마파크가 들어서게 됐다. 대규모의 놀이시설들을 보유한 테마파크는 존재 자체가 위협이었다. 공원을 운영하는 3개 사업자는 고민에 빠졌다. 테마파크에 대항할 정도로 놀이시설을 들여오고 운영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마찬가지다. 새로운 물주를 찾는 방법밖에 없었다. 옆동네에서 대형마트를 운영하던 사업자에게 눈길이 미쳤다. 마침 이 사업자도 자체적으로 소규모 공원을 운영하던 중이었다. 공원들을 통합하여 운영하는데 합의했다. 운영 책임은 대형마트가 담당하기로 했다. 기존 3개 사업자는 통합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대형 마트에 40%에 못미치는 지분만 인정하고, 자신들은 각각 20%가 넘는 지분을 확보했다. 통합 운영에 합의할 당시 공원이나 테마파크 운영 사업이 앞으로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다양한 사업자들이 이미 공터에 테마파크들과 공원들을 세워서 공터는 각종 공원들이 들어찬 상태이다. 통합 공원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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