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방송사들은 어려움에 직면했을까요?(6)

5.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가 의미하는 바

규모의 측면에서 넷플릭스는 확실히 등급이 다른 면이 있다. 수십억을 넘나드는 회당 제작비가 부담스러워 지상파 방송사는 언감생심 투자를 고려하지도 못하는 ‘킹덤’, ‘미스터 선샤인’, ‘아스달 연대기’등의 대작 드라마에 200~300억씩 척척 투자를 하니까. 최근에는 지상파 방송3사의 드라마들도 넷플릭스에 방영권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니 넷플릭스의 돈이 콘텐츠 판을 휩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주머니의 깊이’가 다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머니의 깊이는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에서 기인한 결과라는 측면이 강하고, 한번 깊어진 주머니는 다시 그 모델을 강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지상파 방송사가 대작 드라마에 수백억씩 투자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지상파 방송사는 수백억씩 투자한 드라마를 2회 정도(초방 + 재방) 방송하고, 다른 사업자에게 판권을 판매할 것이다. 방송 기간이 끝나면 광고도 끝난다. 콘텐츠도 한 번 판매하면 끝이다. 광고 + 콘텐츠 판매 수익을 계속 내려면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다. 반면, 넷플릭스는 ‘월정액’이 수익 모델이다. 새로운 콘텐츠를 보려면 넷플릭스에 월정액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월정액 회원은 자신을 끌고 왔던 새로운 콘텐츠를 시청한 후에도 회원으로 넷플릭스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구작 콘텐츠를 볼 수도 있고, 앞으로 생길 신작들에 대한 기대도 가지면서 말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는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극명하게 나타난다. 어떤 드라마가 ‘초대박’이 났다고 하자. 방송사의 경우라면 거의 대부분의 성과가 광고 및 콘텐츠 판매로 귀결되기 때문에 드라마가 끝나면 성과도 급격히 낮아진다(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광고 실적이 고공행진을 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초대박 드라마 시청률이 다른 프로그램들의 시청률도 동반 상승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낸다면 좋겠지만, 요즘같이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실시간 시청하지 않고 다른 서비스를 통해서 VOD로 시청하는 경우, 같은 방송사의 다른 프로그램으로 시청자가 유입되는 ‘후광효과’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월정액을 기반으로 하는 OTT의 경우는 ‘초대박’ 드라마 때문에 회원이 늘어나면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늘어난 회원은 일정 기간 이상 유지된다. 반대로 ‘쪽박’이 났을 경우도 방송사는 그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OTT의 경우 드라마 한편으로 인한 영향이 제한된다. 늘어난 회원수는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한다. 드라마가 백만명을 대상으로 공개되는 것보다 2백만명을 대상으로 공개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한편, 방송은 OTT에 비해 적시성이 강하다. 일시적으로 관심도가 높아진 이슈에 대한 반응은 방송사가 빠르다. 예를 들어, 어떤 영화의 대박으로 주연 배우 인기가 치솟으면 방송사는 재빠르게 그 배우를 예능 프로그램이나 뉴스에 출연시킨다.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정보성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송한다. 발빠르게 대박 프로그램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한다. OTT는 이런 방식의 적시성을 보이기 쉽지 않다. OTT 고객들이 뉴스를 보려고 OTT를 구매하지는 않고, OTT 사업자는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기 때문이다(콘텐츠를 구매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OTT는 늘어가는 가입자 규모가 꺾이기 시작하면 바로 적신호가 켜진다. 광고나 다른 수입처가 없는 상황에서 가입자 규모의 축소는 매출 축소로 직결된다. 방송 모델이 가지고 있는 장점도 있고 OTT 모델의 약점도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는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난다. 방송은 콘텐츠를 채널을 통해서 시청자에게 공급한다. 채널은 용량에 한계가 있다. 대박난 드라마에 끝도 없이 광고를 붙일 수 없다. 24시간을 넘어서 콘텐츠를 편성할 수도 없다. 즉, 채널 용량을 넘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없다(물론, 방송사도 유튜브나 다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으나, 이 경우 채널을 통한 서비스가 ‘본업’이기 때문에 채널 외 서비스를 통해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반면, OTT 사업 모델은 논리적으로 월정액 소비자 규모가 늘어나는 데 한계가 없다. 해외 진출 가능성은 또 어떤가. 보통 지상파 방송사업은 라이센스 사업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단순 PP(Program Provider) 사업 같이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면 현지 사업자(예를 들어, 위성방송 사업자나 채널 전송 사업자)와의 협업이 필수다. 반면, OTT 사업의 경우 해외 진출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적다.

종합하자면, 방송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일시적이고 즉각적인 측면이 강한 반면 OTT의 비즈니스 모델은 축적의 측면이 강하다. 사업의 확장 가능성에 있어서도 비즈니스 모델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다르다. ‘월정액’제 같은 축적의 모델은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상품을 단건으로 소비하는 것보다 월정액이 우월한 제안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제시하는 상품의 내용도 지속적으로 새롭게 단장해야 하고, 회원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해야 하고, 늘어나는 회원수에 맞게 시스템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회원수가 늘어나고 규모가 커져서 선순환 상황을 만들어 내면 축적된 힘이 견고한 성을 쌓는 결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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