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콘텐츠 비즈니스에서도 전략은 중요할까요?(5) – 상황과 시기에 따른 운과 실력

5. 운과 실력도 상황과 시기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도미노 피자 사례

데이비드 로완은 그의 저서 <Disruptors>에서 ‘기업 유형에 상관없이 기술 기업을 운영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조직 내에서 진정한 혁신을 성취하는 리더들의 특성중 하나라고 하면서 도미노 피자 사례를 언급했다. 2010년 패트릭 도일은 맛없는 피자, 형편없는 고객 서비스, 재미없는 브랜드라는 평판을 얻고 있을 때 도미노 피자를 인수했다. 도일은 배달 흐름이 음식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운영과 고객 서비스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애널리틱스에 엄청나게 투자했다. 그는 고객이 주문할 때 도미노 앱을 이용하든 트위터나 시리(Siri : 애플의 인공지능 비서)를 이용하든 심지어 문자로 피자 모양 이모티콘을 보내든 가능한 한 쉽게 할 수 있길 바랐다. 고객은 온라인에서 나만의 피자를 만들고 또 준비와 배달의 각 단계를 추적할 수 있었다.

2015년 유명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도미노 피자는 피자 회사와 마케팅 회사로 변장한 기술기업’이라고까지 말했다. 고객 주문시 VR 설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드론 배달 계획을 수립하는 등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의 도입을 계속 추진했다. 현지에 있는 팀에게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피자를 웹사이트 고객의 10%에게 보여주고 그 피자를 원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고객이 주문하면 아직 그 피자가 없다고 말하고 대신 무료로 피자를 보낸다. 피자 이름과 가격도 비슷한 방식으로 테스트한다. 일련의 활동은 데이터가 주도하는 고객중심 접근법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도일이 CEO로 취임했을 때 주가는 9달러 밑이었지만 2021년 500달러를 넘어섰다가 2022년 3월초 39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같은 기간 애플, 구글, 아마존등의 주가 상승율을 훨씬 뛰어넘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맛’, ‘신선한 재료’, ‘배달 시간'(예전에 한국 도미노 피자는 ’30분 배달 보장’ 제도를 대대적으로 펼쳤다가 잦은 배달원 사고로 2011년 폐지했다.), ‘점포 수의 확장을 통한 고정비 절감’ 등이 피자 회사의 실력을 가늠하는 요인이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실력의 요인이 확장되고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이제는 기존의 실력 요인외에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적 토대의 구축, 적합한 데이터를 빨리 확보하고 실전에 반영하는 것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올라선다.

물론 아직도 일정 지역에서 사랑받는 가게들은 흔하게 존재한다. 독보적인 맛, 지역의 신선한 재료,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상품, 주민과의 친밀성을 중요한 실력의 요인으로 보유하고 있는 분식점, 돈가스 가게, 인테리어 소품 가게들이다. 하지만 전국을 대상으로, 전세계를 시장으로 대하려면 기술의 토대가 중요한 실력 요인으로 떠오른다. 또한 확장된 실력의 요인들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즉, 다른 사람이 따라하기 어렵게 된다. 일단 이런 요인들이 성공에 작용하기 시작하면 지속적인(남들이 쉽게 따라하기 어렵기 때문에)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피아노의 발전과 음악가의 성공요인

다른 얘기를 보자. 1709년 이탈리아인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가 피아노를 발명한 이래 170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당시 건반악기로서 하프시코드과 클라비코드가 존재했는데, 하프시코드는 음량이 풍부하지만 강약 조절이 어려웠고, 클라비코드는 음량이 약했지만 강약 조절이 가능한 악기였다. 피아노가 출현하면서 양쪽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피아노의 출현은 음악가에게 단순히 새로운 악기만의 의미는 아니었다. 피아노를 충분히 활용하려면, 운지법(연주시 손가락을 활용하는 방법), 터치법(강약을 활용하고, 음의 길이를 조절하는 방법)에 변화와 발전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작곡 방식이나 연주 스타일에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피아노의 태동기였던 1700년대 중후반에 이 점을 잘 활용했던 음악가가 모짜르트와 클레멘티였다(굳이 말하자면 모짜르트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클레멘티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라고 말할 수 있겠다). 모짜르트는 20세에 들어서서야 피아노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클레멘티도 어릴 때는 오르간 주자였다. 둘은 스타일이 다른 음악가였다. 선율과 음악 자체를 중시하는 편인 모짜르트는 자신의 음악에 피아노의 기능을 활용했고, 클레멘티는 피아노 연주의 기교를 당대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켰다(모짜르트와 클레멘티가 피아노 대결을 한 적이 있는데, 기교상으로는 클레멘티가 앞섰다는 기록도 있다). 모짜르트는 최초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클레멘티는 최초의 위대한 비르투오소(절정의 기량을 가진 대가)라 칭해진다. 베토벤을 포함한 후대의 음악, 특히 건반음악에 두 음악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피아노가 가진 특성을 다른 측면에서 활용하여 음악 역사에 이름을 올린 사람도 있다. 얀 라디슬라프 두세크다. 피아노의 발달로 커다란 음량을 가진 이 악기는 살롱(모짜르트와 클레멘티 시절에는 대부분 살롱에서 음악회가 열렸다)을 벗어나 연주회장에서 연주되기 시작했다. 19세기초 당대의 피아니스트였던 두세크는 새롭게 대두된 문제를 해결했다. 피아노를 어떻게 위치시켜야 하냐는 문제였다. 현재 피아니스트는 (당연히) 관객을 오른쪽에 두고 앉는다. 이것을 최초로 실행한 사람이 두세크였다. 19세기초 당시에는 피아노의 위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살롱 연주 시절에는 청중들이 피아노를 에워싸고 앉거나 서 있을 수 있었고, 연주자와 청중간의 거리도 매우 가까웠다. 하지만 연주회장은 다르다. 살롱보다 규모가 크고, 관객은 한쪽에만 앉을 수 있었기 때문에 청중에게 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웠다.

두세크는 관객을 오른쪽에 두고 앉을 수 있도록 피아노를 위치시킴으로써 두 가지 효과를 냈다. 하나는 청중들이 자신의 오른쪽 얼굴을 볼 수 있도록 했고(청중들이 연주자의 뒤통수를 보도록 피아노를 배치하면 시각적 효과가 떨어질 것이고, 두세크는 미남이어서 청중들이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기를 원했다), 열려 있는 피아노 뚜껑이 공명판으로 작용하도록 해서 청중들에게 풍부한 소리를 전달할 수 있었다. 두세크는 뛰어난 연주 실력, 빼어난 외모 뿐만 아니라 피아노의 또다른 측면을 잘 활용함으로써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피아노라는 악기가 출현하고 발전함에 따라 음악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운과 실력의 양상이 변화해 온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의 함정, 핵심 경직성(?)

로빈 M. 호가스와 엠레 소이야르는 <경험의 함정>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무언가에 능숙해질수록 새로운 실험을 하고 다른 방법을 시도할 경우 기회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큰 폭으로 빠르게 변하면 정해진 틀과 전문성에 갇혀 장기적으로 성과가 떨어진다. 이런 함정에 빠지면 핵심 역량이 ‘핵심 경직성’으로 바뀌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많은 경우 무주의 맹시(무의식적으로 자극을 처리하는 현상)와 기능적 고착화, 전문화된 능숙함은 모두 장점이 있다. 선택과 결정의 효율과 효과를 높이기 때문이다. 세 가지 모두 경험이 쌓일수록 강화되는 특성이다. 하지만 장점만큼 결정적인 손해도 따른다. 이런 특성들은 창의성을 억누른다. 경험에서 배운 것을 너무 철두철미하게 받아들였다가는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시야가 좁아지고, 사물과 아이디어의 익숙한 용도만 생각하고, 새로운 탐색을 어렵게 만들어 능숙함의 함정에 스스로 빠지기 때문이다.” 책 제목처럼 경험이 함정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지만, 실력(핵심역량)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말한 것이라 이해할 수도 있다.

 ‘본질에 충실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과일이나 채소는 맛과 신선도가 생명이자 본질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핵가족화와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 맞춰 과일이나 채소를 낱개 단위로 판매할 수 있도록 포장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은 본질이라고 얘기할 수 없나? 맛이 더 좋은 과일을 생산하기 위해서 당도가 높은 신품종을 개발하는 것은? 지역 특산품이나 지역 맛집 음식을 빠르게 배송하여 전국구를 지향하는 것은? ‘본질’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정하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본질적 측면들 중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교차하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실력의 본질일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측면이 다양하다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이것은 전략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콘텐츠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제작 방식도 변하고,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활동 전후에 소비자들의 행동도 중요해졌다. 운이 발생할 수도 있는 지점과 실력의 요인들도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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