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비즈니스에서도 전략은 중요할까요?(7)

7. 예측보다 대책이 중요하다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 시즌은 각종 콘서트가 열리는 큰 시장을 형성한다. 한 동안 미디어에서 볼 기회가 없었던 아티스트들도 자신의 콘서트를 개최한다. 웬만한 경우 연말 시즌은 어떤 콘서트가 열리더라도 객석이 꽉 찰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콘서트가 열리고 안전사고만 나지 않는다면 성공할 것처럼 보인다. 2000년대 초반에 내가 몸담고 있던 회사에서 콘서트를 기획할 때도 마찬가지 분위기였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상당한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던 아티스트의 콘서트에 투자 요청이 들어왔다. 음악 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임원과 팀장은 콘서트에 들어가는 비용 전액을 투자하자고 주장했다. 10월경에 그때 당시로는 큰 금액의 투자 결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꺼림칙한 부분이 있었다. 아티스트가 투자에 대해 지는 부담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이유중 하나였고, 또 하나는 콘서트가(하루나 이틀이 아니라) 크리스마스 직전 5일간에 걸쳐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아티스트가 투자에 대해 지는 부담이 없다는 것은 손실이 나면 투자자인 회사가 전부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나는 투자금액중 10%라도 아티스트나 소속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아티스트가 소속된 회사가 유명무실했기 때문에 관철되지 못했다. 기간도 5일 동안 하게 되면 5일 내내 티켓 판매를 장담할 수 없는 위험부담과 늘어나는 기간으로 인한 투자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하였으나, 이 또한 관철되지 못하고 애초 계획대로 콘서트는 진행하게 되었다.

11월부터 티켓 판매 사이트에 콘서트 티켓이 오픈되었으나, 초반 미미한 판매 실적을 보였다. 시간이 가면 나아지려나 하고 기대했지만 결국 12월 둘째주가 지나도 티켓 판매 실적은 10%에도 못미쳤다. 콘서트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는데 10% 정도의 티켓 판매 실적이라면 이미 콘서트는 폭망한 것이다. 선택은 두가지다. 콘서트를 취소하면서 티켓 환불 조치를 하고, 콘서트 장소를 빌리는 데 들어간 계약금은 손실 처리하는 것이 첫번째다. 두번째는 콘서트를 강행하되, 텅 빈 객석을 앞에 두고 할 수는 없으니 관객을 채우기 위해 단체 판매를 시도해 보는 것이다. 이 경우 보통 수준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가격 할인 등의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료로 티켓을 뿌려서 객석을 조금이라도 채우는 시도를 해야 한다. 회사는 콘서트를 취소할 수 있는 기한을 넘기는 바람에 두번째 대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단체 판매도 여의치 않아 결국 무료로 티켓을 지인들에게 뿌려서 객석을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도록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느낀 중요한 점이 있다. 흥행 투자를 홀로 100% 하는 경우, 문제가 생겼을 때 그 결과가 나에게만 증폭되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상식적인 얘기다. 투자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는 사람과 투자에 대한 부담 없이 잘 되든 잘못 되든 보수만 챙기면 되는 사람과는 사업 성공에 대한 절박함이 다를 수밖에 없다. 콘서트의 경우에도 아티스트 측의 투자 부담이 10%라도 있었다면 흥행 폭망이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뜻을 모아 좀 더 적극적인 선택이 가능했을 것이다. 아티스트 측에서도 콘서트가 임박해서 티켓 판매가 10%도 안되는 상황이라면 출연료나 제작비를 따로 받는다 하더라도 투자비를 빼면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콘서트를 강행하자고 하기에는 부담이 있지 않겠는가.

흥행 성적을 예측하는 것은 콘서트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아티스트가 충분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지, 최근에 아티스트가 음반, 음원, 콘서트에 있어 성적이 어땠는지, 방송 출연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등이 흥행 성적 예측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흥행 성적 예측은 거의 항상 결과를 정확히 맞추지 못한다. 예측이 빗나갈 경우를 상정했을 때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대책을 수립하는 일이다. 콘서트의 경우에 10%라도 아티스트의 투자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은 대책에 해당되는 일이다. 이런 종류의 대책은 단순히 일이 잘못 되었을 때 나의 부담을 줄인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이 잘못 되고 있을 때나 실제로 일이 잘못 되었을 때 어떤 방향으로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일이 벌어지기 전, 사업의 구조를 짤 때 일이 잘못 됐을 때의 대책을 반영하는 것은 흥행 성적을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최근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여 미래에 대한 예측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들을 한다. 예측에 대한 얘기가 나온 참에 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적절한 정보는 예측력을 높인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 아들은 거의 매일 사이다를 한캔씩 마신다. 그런데, 오늘 점심에 식사 후 사이다를 한캔 사서 마셨다. 그러면, 오늘 나머지 시간에 나는 아들이 사이다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 ‘오늘 점심 식사 후 사이다를 마셨다’는 정보를 알기 때문에 오늘 나머지 시간에 대한 예측 능력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몰랐다면? 오늘 나머지 시간에 아들이 사이다를 살 것인지 말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무작위로 0과 1을 선택하는 문제와 같아질 것이다.

빅데이터는 수많은 데이터를 조합, 가공, 분석하여 의미있는 정보를 추출하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다.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질 것이므로 나의 예측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AI도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예측이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AI는 정보를 활용하여 예측력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도구다. 빅데이터와 AI가 한쌍으로 얘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빅데이터와 AI가 아무리 활용 가능성이 있어도, 아직은 예측의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애초에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측정한 데이터조차 ‘잡음’이 끼어드는데다 어느 수준까지 정확하게 측정해야 하는지가 불명확하다. 잡음과 부정확한 데이터의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없다면 데이터의 활용으로 인한 결과도 정확도(예측 능력)에 제한이 생긴다. 둘째는, ‘해석’과 ‘통찰’이 없으면 데이터를 가지고 예측력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와 AI가 자동으로 예측력을 높여준다면, 앞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달성 가능성을 점검하는 일은 AI에게 맡기면 될 것이다. 아직은 빅데이터와 AI가 ‘상관관계’를 제시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인과관계’를 제시하는 수준까지 도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해석’과 ‘통찰’은 인간의 영역이다. 셋째는, 빅데이터와 AI가 엄청나게 발전하더라도 격변의 사태나 창발적 현상을 정확히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느 시점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여 반도체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다고 AI는 예측할 수 있을까? 내년 봄에 어떤 패션이 유행하게 될 것을 예측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대규모 지진이나 금융시장의 붕괴 등과 같은 격변의 사태는 일정한 패턴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사태의 규모에 따른 분포가 멱함수 분포를 따른다는 것외에 다른 패턴을 찾지 못했다). 패턴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빅데이터와 AI는 활용 가능한 정보의 양과 질을 높임으로써 나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과거의 데이터는 미래의 격변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격변의 사태는 이제 거의 일상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대상이고, 격변의 사태는 시장의 급등락을 동반하기에 빅데이터와 AI가 내놓는 결과에 너무 기대면 재앙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격변의 사태를 예측하느라고 힘을 쏟는 것보다 예측하지 못한 격변의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어떤 대책이 유효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훨씬 더 필요할 것이다.

< 빅데이터와 AI > 빅데이터와 AI는 예측력을 어디까지 향상시킬 수 있을까

포커판에 참여하는 상상을 해보자. 무작정 나한테 좋은 패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돈을 잃는 지름길이다. 상대방이 어떤 패를 들었는지 예측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깔려 있는 카드가 에이스 석장이라면, 웬만한 패가 아니라면 그 판은 죽는게 당연하다(선수마다 7장의 카드를 차례로 주는데, 2장의 카드를 제외하고 나머지 카드는 한장씩 오픈하는 상황을 상정했다). 이런 상황은 굳이 분석을 하지 않아도 결정할 수 있다. 여러 판이 돌아서 상대의 표정이나 버릇들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흘렀다. 상대방이 좋은 패를 들었을 때 입꼬리가 씰룩 올라가는 것을 발견했다. 그 판은 포기하는게 내 돈을 지킬 가능성이 올라갈 것이다. 이 상황은 과거 데이터를 통해 예측력을 높여 내가 돈을 딸(혹은 덜 잃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빅데이터 분석이 이것에 해당한다. 

몇 시간이 흐른 후 어느 정도 돈을 잃었다. 열이 받는다. 좋은 패가 들어오면, 남아 있는 돈을 마지막으로 모두 걸고 승부를 내고 싶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감정에 치우쳐서 한방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다. 좋은 컨디션으로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나을 듯하다. 이것은 통찰이며 지혜다. AI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다음 기회를 노릴 경우 승률이 높아진다는 상관관계를 보여줄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감정을 추스르고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절제력을 발휘하는 것은 데이터가 제시하는 승률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즉, 인간의 영역이다. 

다시 포커 멤버들이 만나서 카드를 돌리게 됐다. 지난 번에 파악한 상대방의 표정이나 버릇들을 기억하고 신중하게 판을 운영해서 열심히 돈을 따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판이 벌어지고 있는 방에 경찰이 급습한다. 불법 도박장에서 포커를 하다 잡혀갈 처지가 된다. 이는 격변의 사태다. 예측할 수 없었고, 포커판의 빅데이터 분석도 소용없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이미 벌어진 사태를 되돌릴 수는 없으니, 빠른 시간 내에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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