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당연히도 실력을 키우는 것은 중요하다
운과 실력
콘텐츠의 성공이나 비즈니스 전략의 성공적인 실행에는 운과 실력이 함께 작용한다. 실력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다. 따라서 실력은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거나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를 수 있는 컨트롤 능력이 뛰어난 투수가 그렇지 못한 투수보다 승리를 챙길 가능성이 높다. 실력(빠른 공, 컨트롤 능력)이 예측 가능성(승리 가능성)을 높인다. 실력과 예측 가능성은 불가분의 관계다. 어떤 일이 운의 요소에 더 많이 의존하는지 실력의 요소에 더 많이 의존하는지를 보려면 그 일을 성공시키는데 필수적인 요소가 예측 가능성(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그 요소가 노력과 연습에 의해 향상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실력이 성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당연해 보인다(선천적인 능력도 실력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운과 실력이 각각 따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에 운과 실력의 요소를 구분하는 데는 미묘한 문제들이 따른다(앞서 운이 작용하기 시작할 때 실력이 그 결과를 증폭시키면서 서로 어우러져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미묘한 측면들을 모두 다 언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여기서는 실력의 또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는 핵심역량(실력을 경영전략에서 고상하게 부르는 용어)의 측면까지 포함하여 좀더 깊이 생각해 볼만한 문제들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평균 회귀 경향과 스토리텔링 함정
2021년은 전세계적으로 ‘오징어 게임’의 해였다. 가히 격변의 사태라고 할 만큼 엄청난 열풍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다지 좋지 않은 측면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드라마가 있었다. ‘지리산’은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와 여자 주인공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방영 전부터 높은 기대 수준이 뉴스를 장식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7%대 시청율을 유지하다 마지막회 9%대로 마감하였다. 다른 드라마에 비해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작가와 여자 주인공의 전작에서의 성공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표였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경우도 흥행 보증수표라는 여자 주인공을 내세웠으나, 6~7%의 시청율을 유지하다 드라마가 끝나갈 무렵 4%대까지 시청율이 하락했다.
뚜껑이 열리고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이것이 문제다, 저것이 아쉽다’는 얘기는 하기 쉽다. 물론 그런 측면들이 성공 여부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드라마의 경우를 놓고 얘기하고 싶은 것은 ‘평균 회귀 경향’과 ‘스토리텔링 함정’의 문제다. 드라마의 성적은 전적으로 운이 작용하거나 전적으로 실력이 작용하는 세계가 아니다. 어느 정도 운이 작용하고 어느 정도 실력이 작용하는 세계다. 어느 정도 운이 작용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는 정규분포에 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에 큰 성공을 거뒀어도 이번에는 어느 정도 보통의 수준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두 드라마의 경우도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실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단지 평균 회귀 경향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1984년 ‘탑 건’ 이후 할리우드 흥행 보증수표라는 톰 크루즈의 경우를 보자. 흥행성적 상위 6개중 5개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이다. ‘2012년작 락 오브 에이지(Rock of Age)’, ‘잭 리처 : 네버 고 백(2016년)’, ‘아메리칸 메이드(2017년)’ 같이 기대에 못미친 범작도 다수 있다. 세계적인 명배우 알파치노도 ’88minutes(2008년)’, ‘Jack and Jill(2011)’ 등 망작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평균 회귀 경향을 인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스토리텔링 함정’이다. 인간은 매력적인 이야기에 빠져든다. 강력하고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접하면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고 거기에 빠져든다. 이야기는 경험으로 각인되고 선입견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커다란 성공의 스토리는 평균 회귀 경향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고 기대를 높임으로써 사건의 원인을 잘못 짚고 결과에 대한 예측을 부풀리게 된다. 이런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에 대한 몸값도 급등한다.
이런 이야기들의 대표격인 것이 성공 스토리이다. 현대 그룹 창업주가 배 한척 만들어 본 적 없는 상황에서 외국 금융사에 선박 건조 비용을 조달하러 갔을 때 한국 지폐를 보이며 ‘우리 민족은 거북선을 만들었던 민족이다’라고 설득하여 자금을 조달한 얘기 같은 것들 말이다. 이야기 자체는 사실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경우도 있고, 침소봉대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가 듣는 사람에게는 경험으로 각인되어 기대 수준을 높이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흥행보증수표 격인 배우가 출연한다고 하면 그 드라마나 영화의 성공은 ‘따 놓은 당상’이라 생각한다. 운인지 실력인지 따져볼 때, 특히 흥행성적과 밀접한 요소들을 살펴볼 때 평균 회귀 경향과 스토리텔링 함정 여부를 한번 더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자기충족적 예측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자기충족적 예측’이다. 패션업계를 보자. 패션업체들은 다음 시즌에 유행할 스타일을 예측한다. 상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최소한 몇 개월 전에 스타일을 예측해야 한다. 디자이너들이 이번 겨울에 롱패딩은 저물고 착용감 좋은 점퍼류의 디자인이 유행할 것이라고 판단하면, 유명 모델이나 셀러브리티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매장이나 카탈로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것이다. 그 결과 대중은 우세를 따라간다. 디자이너들의 예측이 맞아 떨어진 듯 보인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이 올해도 롱패딩이 계속 유행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마케팅 활동을 했다면 롱패딩이 유행했을 것이다. 이것이 자기충족적 예측이다.
정교하고 규모 있는 마케팅 활동이 소비자 취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자기충족적 예측이 작용한다. 콘텐츠 업계도 마찬가지다. 블록버스터의 다양하고 규모 있는 마케팅 활동도 자기충족적이다. 웹툰으로 검증되고, 캐스팅으로 뉴스화 되고, 제작 과정이 이슈화 되고, 콘텐츠의 공개와 함께 대대적인 마케팅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들여 제작이 이루어지는 블록버스터의 경우 성공에 대한 갈망이 커져서 인기 있는 주연 배우를 캐스팅 할 것이고, 마케팅 자원도 더 많이 쏟아부을 것이다.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기충족적 활동이 예측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반대의 경우도 있다. 내비게이터가 원활한 경로라고 안내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경로를 선택해서 정체가 발생한다면 그 예측은 ‘자기 부정적’ 예측이 된다).
종합하자면…
얘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운과 실력의 요인들을 알아보고, 실력을 키우는 것은 중요하다. 운과 실력의 요인은 미묘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 실력의 요인인지 알아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평균 회귀 경향, 스토리텔링 함정, 그리고 자기충족적 예측의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실력 요인을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콘텐츠 업계처럼 평균 회귀 경향, 스토리텔링 함정, 자기충족적 예측의 측면들이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큰 돈을 들여 유명 작가나 주연 배우를 캐스팅 할 수 있는 능력은 핵심역량이라 할 수 있을까? 만약 대규모 마케팅 활동을 통해 자기충족적 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데 제한이 있는 상황이라면 유명 배우를 캐스팅 할 수 있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주연 배우가 전작에서 큰 성공을 거둔 상태라 몸값이 엄청나게 뛴 상태라면 캐스팅 능력이 핵심역량이 될 수 있을까? 그보다는 선입견을 인지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볼 수 있는 열린 과정을 실행하는 태도가 핵심역량이 될 수 있을까? 이 경우에는 아마도 후자가 핵심역량에 가깝다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