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운의 영향이 큰지, 실력의 영향이 큰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어떤 일이나 사업이 성공을 하거나 실패했을 때, 성공이나 실패를 만들어 낸 원인은 무엇일까? 적절한 전략이 사업 성공의 열쇠였다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고,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가 존재했다는 것이 원인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절한 전략, 뛰어난 인재, 빠르고 정확한 실행 능력 등은 사업 성공의 주요 원인으로 자주 언급된다. 이러한 요인들은 성공에 대한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뭉뚱그려서 ‘실력’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요인에는 ‘운’도 빼놓을 수 없다. 훌륭한 사업계획도 적절한 시기를 만나지 못하면 실패할 수도 있으며, 이는 어느 정도 ‘운’이라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성공한 사업에 대해서는 ‘실력’ 요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패한 사업에 대해서는 ‘운’이 나빴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냉정히 살펴보면 행운이 성공한 사업의 중요 요인인 경우도 많고, 실패한 사업도 불운만이 아니라 모자란 실력 때문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콘텐츠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콘텐츠의 흥행 여부는 전적으로 실력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으며, 전적으로 운에 좌우되지도 않는다.
‘헌팅’에서 생각해 보는 측면들
운의 영향이 큰지, 실력의 영향이 큰지는 생각보다 미묘한 측면이 많아서 판단하기 쉽지 않다. 과거에 이런 일화가 있었다. 한 친구가 있었다. 그때는 길거리에서 모르는 이성에게 접근하여 ‘술 한잔 하자’고 제안하는 것을 ‘헌팅’이라 불렀다. 그런데, 그 친구가 헌팅 성공율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이성이 호감을 가질만한 외모의 소유자라고 인정하기 어려웠다. 옷차림도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말을 잘하는 달변가도 아니었다. 돈이 많아서 그날 저녁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어떤 이유로 성공율이 높다는 것인가? 우리는 이해하기 어려웠다.아니, 그 친구가 뻥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와 다른 친구들이 술자리에 동석을 하게 됐다. 전설의 성공율에 대해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다. 그 친구가 대답한 것을 듣고 나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그때까지 우리는 외모가 매력적이거나, 거부감 없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잘 만들거나, 오늘 비용을 전부 부담할테니 상대방은 부담감을 갖을 필요 없다고 얘기할 수 있거나 하는 것들이 헌팅 성공율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라 생각했다(즉, 실력의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친구의 대답은 이러했다. 자기는 먼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 길로 나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나다니는 이성에게 성공할 때까지 제안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이성들은 피하거나 이상한 눈길을 주거나 심지어는 뺨을 때리려는 시늉을 하는 경우일 것이다. 그러다가 반응을 보이는 이성을 만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5%의 성공율이 존재할 때 20번을 시도하면 한번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을 시도하려면 일단 ‘모수’가 큰 시장(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큰 길)이 필수다. 실패 했을 때 가해지는 ‘쪽팔림’도 감수해야 한다. 이것은 무작위의 논리이자 운의 논리다. 정20면체 주사위를 던져서 숫자 1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논리다. 반면, 이런 메커니즘을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어디에서 헌팅이라는 행위를 해야 하는지를 선택하는 것, ‘쪽팔림’은 한순간이라고 자위하고 빨리 다음 번 시도를 해 보는 것은 실력의 영역에 가깝다. 우리는 그 친구의 성공요인 얘기를 듣고 그 개연성에 대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운과 실력은 따로 작용하지 않는다
운과 실력은 따로 따로 작용하지 않는다. 실력이 뒷받침 될 때 운의 긍정적 작용 결과가 점점 커지는 경우가 많다. ‘How to Get Rich’에서 저자(펠릭스 데니스)는 자신이 이소룡 전기를 출판해서 대박을 낸 경우를 얘기한다. 책에서 발췌했다. “부자 되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이 타이밍 면에서 운이 좋은 건 아니야. 그런데 우리의 경우 좋은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던 건 대체 무슨 까닭일까? 나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봐. 첫째, 넘어져서 죽은 유명인사를 제때 만날 수 있었던 기막힌 운이야. 둘째, 우리는 본능을 따랐어. 경험도 부족하고 자격증도 없었지만 미친 아이디어를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졌어. 하긴 당시에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됐겠어. 셋째, 우리는 대단한 속도로 행동에 나섰어. 우리는 적절한 때 적절한 곳에 있었지. 이소룡이 죽은 순간부터 조금도 늦장을 부리지 않았어. 책을 완성하고, 해외판을 만들어 팔고, 미국 출판권을 팔고, 수많은 잡지를 내고, 우편 주문 상품을 개발하고 제작해서 수만 명의 팬들에게 판매하는 일을 몇 주 만에 다 해치웠지. 이 모든 것은 결국 무슨 뜻일까?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모습으로 등장한 운을 잡자마자 한곳에 집중해서 일했다는 뜻이야. 그렇다면 내가 저지른 실수는 무엇이 있지? 많았어. 초창기에 잡지를 충분히 만들지도, 기념품을 충분히 개발하지도 못했어. 1~2년 후에 우리 회사는 ‘이소룡 기념 컨퍼런스’를 개최했고, 캐세이퍼시픽 항공사와 손잡고 홍콩 관광 상품을 개발해 팬들에게 판매했어. 수익이 짭짤했지. 그런데 이런 상품을 6개월 이내 개발했다면 훨씬 많은 돈을 벌었을 거야. 가장 큰 실수는 또 다른 책을 써서 출판하지 않았다는 거야. 글 쓸 자료는 충분히 많았거든. 기자 친구 두어 명에게 약간의 돈을 쥐여준 다음 대필을 부탁할 수도 있었어. 분명히 베스트셀러가 됐을 거야. 하지만 당시 나는 스스로 전기 작가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어. 어처구니없게도 우리가 쓴 전기가 위대한 작품이라고 착각한 거지. 와일드우드하우스나 다른 출판사에서 <누가 이소룡을 죽였나?>라는 제목의 책을 냈어야 했어. 그리고 이번에는 공동 출판사로 우리 회사 이름을 올렸어야 했지. 그 정도 책이면 재빨리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권은 팔릴 테니까.”
저자는 먼저 수천부 정도 팔릴 것을 예상하고 그 당시 세계적인 명사인 이소룡에 대해 취재하고 있었다.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많은 자료를 확보한 직후 갑작스럽게 이소룡이 사망한다. 이소룡 사후 인터뷰를 시도한 매체들은 관계자들이 언급을 꺼리는 바람에 변변한 자료를 입수할 수 없었다. 베스트셀러 한권 내보지 못한 영세 출판사와 저자는 큰 성공을 거둔다. 이 사례는 엄청난 타이밍에 운과 실력이 어우러져 성공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작용하기 시작하면, 실력이 성공의 크기를 증폭한다(이소룡 전기가 많이 팔린 것뿐만 아니라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관광 상품을 만드는 활동은 운을 증폭시키는 실력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