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자체보다 연결관계가 중요하다(2)
‘맛있는 녀석들’의 연결관계
<맛있는 녀석들>(이하 ‘맛녀석’)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2015년 1월 첫방송을 한 이래 2022년 3월 현재까지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넉넉한 풍채의 개그맨 4명이 하는 먹방 프로그램이다(현재는 멤버가 5명). 케이블 TV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으로서 (현재는 인기도가 조금 떨어져 있는 상태라 볼 수 있지만) 한창 인기 좋았던 시기에는 시청율이 1.7%를 상회하기도 했다. 프로그램 내용상에서의 관계도 호평을 받는 편이다. 출연진 4명간의 역할 분담 및 ‘케미’가 좋다는 평가가 많다. 음식, 음식점, PPL과의 관계도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다고들 얘기한다. 출연진과 제작진과의 관계도 안정적이고 때때로 제작진중 몇명이 프로그램에 살짝 출연하면서 재미를 더하는 경우도 있다. 콘텐츠 내용 자체가 재미있고 자연스러운 것이 성공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맛녀석은 콘텐츠가 가질 수 있는 연결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먼저 다른 매체와의 관계를 보자. 케이블 채널 여럿에서 콘텐츠를 구매하여 방송한다. 지나간 회차들이 다양한 채널에서 방송된다. 공식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카페,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유튜브 채널에서는 하이라이트 영상, 미방송 영상, 인기 영상 모음 등등이 제공된다. 2017년부터 넷플릭스에도 진출했다. 2019년부터는 일본에 수출되고 있다. 둘째로 시청자와의 관계를 보자. ‘맛둥이’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데, 상당수의 골수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00만명을 상회한다. 프로그램 제작에도 맛둥이들을 참여시키는 경우가 많다. 지역의 맛집을 맛둥이들로부터 추천받아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맛둥이들을 초대하여 특집 회차를 제작하기도 했다. 셋째, 다른 콘텐츠와의 관계도 다양하다. 여러 개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맛녀석 출연자를 대상으로 ‘운동뚱’, ‘댄스뚱’, ‘잡룡 이십끼’ 등을 제작하여 ‘운동뚱’의 경우 예상치 못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타사 프로그램과의 연결도 활발하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과 공동 제작을 하기도 하고, 다른 프로그램에 맛녀석 출연진들이 출연하는 경우도 잦다. 굿즈도 제작하여 상품으로 제공하는 활동을 한다. 넷째, 겉으로 보이는 연결관계만이 아니라 다른 기능(function)이나 활동(activity)와의 연결관계도 변한다. 맛녀석이 성공하여 광고 수요가 증가하면 같은 채널 내 다른 프로그램과 묶어 패키지로 광고를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도 증가한다. 프로그램을 판매한 다른 채널과의 연계가 강화돼 다른 프로그램 제작시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도 증가한다. 프로그램 성공으로 수익이 늘어나면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여력도 증가한다.
연결관계의 다양한 측면
맛녀석의 성공은 콘텐츠 자체의 ‘재미’에 의해서 성공했을까 아니면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결관계의 작용으로 성공했을까. 무엇이 먼저이고 나중인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아마도 양자가 어우러져 성공의 길을 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콘텐츠 자체의 재미만으로는 콘텐츠가 널리 사랑받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신선한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음식점도 다녀온 사람들의 입소문과 방송출연 등의 관계가 쌓여야 맛집으로 올라설 수 있다.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도 않는 시골 구석에 위치한 경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연결관계는 성공의 지속성을 강화한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노포들의 특징은 그 가게를 사랑하는 팬들의 존재다. 맛녀석의 경우도 맛둥이들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지속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맛녀석 프로그램중 재미있는 부분만 편집한 영상을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소비하는 것도 프로그램의 성공을 지속시킨다. 학급에서 여러 친구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 약간의 변화가 있더라도 나의 ‘인싸’ 지위가 하루 아침에 ‘아싸’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꾸로, ‘아싸’에서 벗어나려면 여러 친구들과 돈독한 관계가 필요하다.
한편, 연결관계는 창발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예술 작품, 상품들이 세상에 나온 이후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반응을 보이거나 예상치 못한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댓글놀이, ‘ㅇㅇ챌린지’와 같은 ‘밈(meme)’ 현상에 주목했다. 저자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쉽고 빠르게 재미를 따라 치고 빠지는 ‘롤코라이프 트렌드’가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으로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한 100% 완벽한 마케팅보다는 약간 미완성이라 할지라도 끊임없이 치고 빠지는 ‘숏케팅(short+marketing)’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대박 콘텐츠나 이벤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시간과 공을 들이는 시대는 이미 지났으며, 이것저것 기획해보다가 소비자와 초점이 맞는 타이밍에 대박 하나를 터뜨리는 ‘다이소’식 물량 공세가 먹히는 시대에는 소비자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판’을 깔아주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내가 의도를 가지고 정성들여 뭔가를 퍼뜨리고 싶어도 다른 사람들 반응이 싸늘하면 소용없다.
상품이 넘쳐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필요’만을 채워주는 상품보다 ‘의미’를 더해주는 상품이 주목 받는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폐페트병을 재료로 만든 가방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젊은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는다. 스타벅스를 방문하는 것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겠다는 필요 뿐만이 아니다. 스타벅스 방문자가 느끼는 스타벅스 공간이 주는 제각각의 의미들이 있다. 이러한 의미들은 스타벅스 굿즈와 함께 강화된다. 콘텐츠와 미디어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콘텐츠를 ‘본다’는 것은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다. 드라마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드라마에 대하여 ‘본다’는 측면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통해 ‘의미’를 더해준다. 주연 배우가 사용했던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으로 의미를 더하는 행위다. 드라마에 나왔던 장소에서 색다른 감상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다. ‘필요’만이 아니라 ‘의미’를 더해 주려면 여러 가지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 스타벅스 굿즈는 스타벅스 상품 기획팀이 고객 조사를 하고 그 결과로 외부의 상품 생산 업체가 생산한다. 생산된 굿즈는 일선 영업점에서 직원들에 의해 고객들에 전달된다. 드라마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려면 SNS가 있어야 하고, 노출된 상품이 잘 필리려면 외부 사업자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의미를 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위해서는 다양한 차원의 연결 관계가 필요하다.
종합하자면, 콘텐츠에 있어서도 성공의 불씨가 보일 때 풍부하고 깊은 연결관계는 성공의 불씨를 증폭시켜 오랫동안 타오르는 난로로 만든다. 그렇다면 콘텐츠의 재미를 위해서만 투자하는 것보다는 효과적인 연결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에도 투자하는 것이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