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방송사의 뉴스와 비즈니스 혁신의 관계
지상파 방송사 뉴스는 안녕하신가
방송사에게 뉴스는 참으로 복합적인 존재이다. 방송사에 대한 신뢰의 상징이자 지표이며, 정치적 연관성의 고리이며, 방송사 비즈니스의 주요한 한 축이다. 2010년 KBS1 TV의 9시뉴스 평균 시청율은 17.3%였던 것이 2022년 2월 9.4%까지 떨어졌다. 다른 채널 뉴스와의 경쟁, 웹/모바일을 통한 뉴스 소비 증가, 매체의 다양화 진전 등에 따라 조금씩 꾸준하게 하락세를 보여 왔다. MBC의 경우는 이보다 심한데, 2017년 4월 5%대에서 2018년 7월 3%대로 떨어졌으며, 2018년 8월 1%대를 기록하여 많은 논란을 낳은 바 있다. 뉴스를 소비하는 고객으로서의 시청자가 방송사의 뉴스를 더 이상 예전처럼 소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고객이 상품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방송사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MBC의 경우 2018년 두차례에 걸쳐 메인 뉴스 앵커를 교체하였고, 2019년 3월부터 저녁 뉴스 방송 시간을 기존의 8시에서 7시 30분으로 앞당기고 뉴스 방송시간을 기존 60분에서 85분으로 늘리기로 하였다. SBS의 경우 2018년 ‘사실은’ 코너에서 팩트체크 기능을 강화하고, ‘끝까지 판다’에서 탐사보도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했었다(현재도 이런저런 뉴스의 변화를 꾀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청률이든 소셜미디어에서의 소비량이든 방송사 뉴스 소비가 늘었을까? 긍정적인 답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뢰의 문제, 정권에 맞춘듯한 뉴스 논조의 변화, 뉴스 소비 행태를 쫓아가지 못하는 뉴스 유통구조 등등 지상파 방송사의 뉴스에 대해서 여러 가지 문제를 나열할 수 있겠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자면 방송사 뉴스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누구를 위하여, 왜 뉴스를 만드는지’의 문제이다. 방송사는 누구를 위하여 뉴스를 만들까. 방송사 뉴스는 기본적으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다(여기서도 방송사는 자신의 ‘고객’이 누군지 모른다는 문제가 노출된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해외,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관심 있는 모든 분야를 아울러 종합선물세트 같은 뉴스 패키지를 영상과 접목시켜 만들어 낸다. 그런데, 뉴스를 보고자 하는 고객으로서의 ‘전국민’이 종합선물세트 같은 뉴스를 원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 아니, 그 이전에 방송사 뉴스의 고객이 ‘전국민’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이 명확하지 않으니 방송사는 두루뭉술하게 ‘전국민’ 대상의 뉴스를 제작한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뉴스를 제공하기로는 이미 포털이 더욱 적합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포털은 여러 신문, 방송사의 뉴스를 종합 제공한다. 여기에 속보성은 신문, 방송보다 낫다. 속보성이라면 SNS가 더욱 앞선다. 주요한 사건들이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가는 사례들이 속출한다. 여기서 소식을 먼저 접한 사람들은 굳이 신문, 방송사를 찾아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알고 싶은 특정한 소식이나 주제에 대해서는 유튜브를 이용한다. 메이저리그 경기 하이라이트를 가장 빨리 편리하게 볼 수 있는 매체는 유튜브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이 심층 분석하는 소식을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매체도 유튜브다.
전략적인 시각으로 뉴스를 바라보면
방송사는 왜 뉴스를 만들까.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을만한 이슈들을 그날그날 빨리 전달하기 위함이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그날그날 빨리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뉴스는 결과적으로 비슷한 내용과 깊이로 채워진다. 내용상으로는 어느 방송사 뉴스인지 알기 쉽지 않다. 프로야구 경기가 끝나면 모든 스포츠 채널에서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은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과 경기 내용 분석으로 이루어진다.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MC와 해설진을 제외하면 어떤 스포츠 채널인지 알기 어렵다. 뉴스도 비슷하다. 어느 방송사든 주요한 소식꺼리는 엇비슷하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패키지화된 뉴스 시장을 몇몇 방송사들이 분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처럼 신문과 방송에서 주로 뉴스를 소비하던 시대라면 이런 상황도 유지될 수 있을지 모른다. 이제는 방송사의 뉴스를 대체하는 서비스가 많이 생겨났다. 먼저 뉴스 전문 채널이 있고, 종편 채널들도 지상파 방송사와 비슷한 뉴스를 제공한다. 온라인에서는 포털이 언론사 뉴스를 모아서 서비스하고, 각종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보고, 트위터로 속보를 접하고, 유튜브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접한다.
미디어 환경 변화는 뉴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마이클 포터는 5가지 힘(5 forces)이 특정 산업의 수익률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5가지 힘은 기존 기업과의 경쟁, 대체재의 위협, 잠재적 진입자의 위협, 구매자의 교섭력, 공급자의 교섭력이다. 5가지 힘의 변화에 따라 산업 내에서 개별 기업의 가격 결정권과 수익성이 영향을 받게 된다. 뉴스 시장에 대입해 보면 기존 기업과의 경쟁과 대체재의 위협이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일반 기업에서는 기존 기업과의 경쟁 상황에서 가격을 조정(저가 전략이나 고가로 차별화 전략)하거나 틈새 시장이나 블루오션으로 전환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체재의 위협이 커진 상황에서는 단순한 가격 조정이나 틈새 시장 진출로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뉴스 시장도 마찬가지다. 대체 서비스들이 뉴스 소비자를 뺏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가격 조정이나 틈새 시장 진출이 쉽지 않다(이미 무료인 뉴스 서비스에서 가격 조정은 어렵다. 보조금을 지급해 가며 뉴스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는 없고, 광고 단가를 조정하는 것은 소비자와 무관하다). 대체재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은 ‘혁신’외에 답이 없다. 신제품을 개발하든, 브랜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든,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든 새로운 차원의 혁신이 필요하지,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에 개선을 가하는 방식으로는 대체재의 위협에 대응하기 어렵다.
다음의 얘기도 생각해 보자. 바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파괴적 혁신’ 사례로 예시한 미국 제철소 얘기다. 높은 비용으로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던 미국의 일관제철소는 조금 낮은 품질이지만 일관제철 방식보다 20%나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하던 미니밀(mini-mill)방식에 의해 처음에는 저급 철강재 위주로 시장을 잠식당하기 시작했다. 미니밀 대비 비용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관제철 방식의 기업들은 보다 높은 품질이 요구되지만 수익성이 좋은 상위 제품으로 이동하였지만, 미니밀 기업들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하위 제품에 머물지 않고 상위 제품 시장으로 이동하였다. 결국 철근과 같은 하위 제품 시장(Low end market)에서 시작된 경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상위 제품인 자동차, 선박용 강판시장으로 이동하였고, 모든 제품의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 더 이상 이동할 시장이 없어진 일관제철 방식의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런데 이 얘기에는 다른 스토리도 있다. 기존의 일관제철 방식 기업들이 혁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꾸준한 기술개발로 상위 제품으로 이동하는 사업구조 고도화를 이루어냈고, 공정 효율화와 같은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생산방식이 다른 혁신적 사업모델에는 비용 측면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었고, 기존 산업범위 내에서의 개선과 혁신만으로는 미니밀이라는 새롭게 등장한 파괴적 혁신 기업에 대응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유튜브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된 전문 채널이 뉴스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특히 정치, 경제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시사와 스포츠 분야에서도 전문 채널이 빠른 소식을 전달한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보가 필요할 때 유튜브를 찾는 것이 일상화된다. 이미 유튜브에서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방송사들이 제공하는 뉴스에 관심도가 떨어진다. 방송사는 좀더 정제된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다양한 전문가를 출연시켜 뉴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한다. 유튜브에서는 경쟁을 통해 늘어난 구독자를 확보한 채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좀더 전문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콘텐츠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채널들은 집합적으로 유튜브의 뉴스 매체로서의 위상을 강화한다. 방송사의 뉴스 시장은 점점 더 위축된다………미국의 제철 시장과 비슷하게 들리지 않나?
※ 2022년 3월 현재 유튜브 공식 계정 기준 구독자 수 : KBS 뉴스 160만, SBS 뉴스 242만, MBC 뉴스 206만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 온 영상들은 관심을 끌만한 특별한 영상(사건 사고 영상, 전쟁 영상 등)을 담고 있지 못한 일반 뉴스 영상의 경우 건당 10만 조회수를 넘지 못하고 있다.